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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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지기 친구들의 만남
영화 ‘완벽한 타인’의 원작인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2016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로 개봉한 지 3년 만에 18차례 리메이크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습니다. 원작이 이미 명작으로 방증됐기 때문에 리메이크작인 완벽한 타인은 개봉 전부터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됐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입니다. 2018년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코미디 드라마 장르로 40년 지기 친구들이 한 친구의 집들이에 참석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을 다룹니다. 석호와 예진 부부의 집들이에 온 친구들은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난 자리에서 각자의 휴대폰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오는 연락을 모두에게 공개하기로 합니다. 통화가 걸려오면 스피커폰으로 받아야 하고 문자와 이메일을 비롯한 모든 것을 공개하기로 한 거죠. 이들은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고 게임은 시작됩니다.
사람은 3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스러운 삶
영화는 ‘40년 지기’라는 설정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40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인데 서로가 모르는 비밀이 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게 하고는 그 착각을 완전히 깨부숴 줍니다. 배우자에게 보수적인 태수는 10살 이상 차이 나는 연상과 배우자 몰래 연락을 하고 지냅니다. 석호는 아내가 정신과 의사지만, 다른 의사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집이 잘살았으나 다른 친구들에 비해 스펙이 부족했던 준모는 어린 아내 세경을 두고도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질러 아이를 임신시킵니다. 싱글인 영배의 치명적인 약점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자들만 문제였을까요? 여자들도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 연락을 하거나 다른 친구에게 친구의 험담을 하기도 하고 남편의 실력에 대한 불신으로 자기 남편이 아닌 다른 의사에게 가슴 성형을 예약하는 등 저마다의 비밀이 있었습니다. 비밀이 하나둘씩 들통나면서 처음에 재미로 제안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집들이는 파국으로 마무리됩니다.
누구에게나 또 다른 내가 있는 씁쓸한 현실
월식으로 인해 달이 점점 감춰지고 친구들은 화기애애한 저녁식사 시간을 갖게 됩니다. 우리 안에 있는 나의 모습을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감추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렇게 모두가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하고 그럴싸한 가면을 쓴 채 서로를 마주합니다. 영화는 모든 비밀이 공개되면서 가정이 파탄 나고 서로가 불행해지는 결말을 보여준 뒤, 그 모든 비밀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핸드폰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을 때의 결말도 보여줍니다. 모든 연락을 공유하자는 제안을 집주인 석호가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도 앞서 전개된 내용과 결말은 반대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자신만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모두에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과연 모두를 위한 길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줍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저마다의 치부가 될 수 있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누구나 약점 없는 사람은 없다는 씁쓸한 진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지 않나 싶습니다. 즉, 영화의 목적은 모든 걸 알게 되는 현실이 다수에게 득인 것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편이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것인지 관객들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연 배우들의 심리를 디테일을 살려서 잘 묘사했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과정도 훌륭했던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