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법 신선한 소재로 이야기를 그려나갑니다. 영화의 배경은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파트로 설정됩니다.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평온한 일상을 집어삼킬만한 대지진이 대한민국에 발생합니다. 지상에 우뚝 서있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기적적으로 딱 한 동의 황궁 아파트만이 버티고 서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아파트 밖은 하루도 버티기 힘들 만큼 추운 날들이 지속되어 생존자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듭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모세범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앞장서서 화재를 진압합니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부녀회장 금애가 그에게 몇 호에 사냐고 물었고 얼떨결에 그는 자신을 902호에 사는 집주인 영탁이라고 소개합니다. 화재사건을 계기로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 주민 회의가 열렸고 이들은 조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임시 주민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금애는 아파트를 위해서 불구덩이에도 뛰어들만한 희생정신을 발휘한 모세범 씨가 대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며 추천했고 주민 투표의 만장일치로 그는 얼떨결에 103동의 임시 주민 대표가 됩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 복도에 점령한 외부인들과 공생할 처지에 놓인 입주민들은 이대로 가다간 식량이 바닥나서 다 같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 찬반 투표를 했고 외부인들을 아파트 밖으로 추방하기로 결의합니다. 다음날 금애는 빈 집을 분양해 준다고 외부인들을 속여 그들을 아파트 외부에 불러 모았고 그 즉시 무기를 든 입주민들은 외부인들이 다시 아파트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가로막습니다. 확성기를 쥔 영탁은 황궁 아파트 주민이 아닌 분들은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 달라는 결의 내용을 전달했고 외부인들은 여기서 나가면 다 얼어 죽게 된다며 반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펼쳐졌으나 결국 외부인을 내쫓는 데 성공하게 되고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단결합니다.
인간성이 상실된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최후
이후 주민들은 재난 속에서 버티기 위해 아파트 내에 조직들을 구성해서 각자의 재능에 맞게 역할을 분담했고 그중 하나인 방범대는 아파트 주변에 무너진 건물 내부를 수색해서 식량이나 쓸 만한 생필품들을 구해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은 주민회를 구성해서 그곳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필품 배급량을 통제합니다. 그렇게 세상이 무너진 와중에도 이곳은 마치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어느 정도 평화롭게 질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방범대의 수색은 초반에는 성과가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들게 구해 온 식량들이 부패해서 먹지 못하는 상황들이 잦아지자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범대는 평소보다 먼 거리로 원정을 나섰고 운 좋게도 마트에서 먹거리를 풍족하게 구하게 되어 주민들은 오랜만에 잔치를 벌입니다. 잔치를 벌이던 도중 재난 전에 903호에 살던 혜원이 돌아오자 주민들은 새 식구로 받아들입니다. 날이 갈수록 영탁이 주민 대표의 지위를 악용해서 무자비한 방식으로 외부인들을 색출하자 이를 아니꼽게 보던 명화는 혜원에게 옆집에 사는 902호의 집주인이 그가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두 사람은 기회를 엿보다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범대가 수색을 떠나자 혜원의 집인 903호의 벽을 뚫어 902호로 잠입합니다. 그곳에서 김치냉장고 속에 들어있던 진짜 김영탁 씨의 시체와 신분증을 발견하게 되고 방범대가 돌아왔을 때 주민들 앞에서 공개합니다. 알고 보니, 그의 정체는 황궁 아파트 주민이 아닌, 황궁 아파트를 매수하려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었습니다. 독촉에 시달리다가 지진이 일어난 날, 자신에게 사기 쳤던 902호의 집주인 김영탁에게 돈을 받기 위해 황궁 아파트에 왔고 몸싸움 끝에 그를 살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때 마침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렇게 그는 아파트 내부에 갇히게 되어 주민 행세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주민들이 영탁을 내쫓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외부인들까지 합세해 몸싸움을 벌이다 그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