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 운전사의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5 공화국 전두환 정권 시절입니다. 당시 언론은 일부 양심 있는 누군가가 사회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려고 들어도 어용 언론인들이 나서서 훼방을 놓고 동료 기자들이 사주해서 뜯어말리기 일쑤였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땡전뉴스에서 언론 조작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타 지역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하마터면 간첩이나 빨갱이 혹은 폭도들이 일으킨 사건으로 묻힐 수도 있었던 5.18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은 국내 언론인이 아닌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직접 촬영한 비디오 영상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몸이 편안하면 좀이 쑤셔오는 그는 기자가 너무 편한 곳에 있으면 직무유기라고 말할 정도로 기자정신이 투철했습니다. 영화는 그가 5.18 당시 광주에서 함께한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사복 씨를 전우라고 칭하며 그리워합니다.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남의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광주까지 내려와 무장한 군인들이 시민을 탄압하는 믿기 힘든 현장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버텼기 때문에 전우애가 생기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김사복 씨는 김만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적당히 속물적인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에 최루탄이 터지자 익숙한 솜씨로 코밑에 러키 치약을 도포하고 시위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저런 것들은 다 잡아다가 사우디로 보내야 한다는 굳이 꼰대스러운 혼잣말을 늘어놓기도 하고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택시 손님이 끊겨서 돈 버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를 먼저 걱정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자기가 먹고사는 일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독일 기자가 제시한 거액 10만 원에 혹해서 광주까지 내려간 지극히 평범한 속물적인 가장으로 비치지만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 뛰어들면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민주화 운동을 통한 시민 연대 의식 향상
영화 택시운전사의 전개는 철저히 주인공 중심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서적 측면에서 아주 강력한 호소력을 갖습니다. 막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간 만섭 씨의 눈에 비친 광주는 처음에는 밝고 선명했지만 곧 마구 터지는 최루탄으로 뿌옇게 흐려졌고 광주 MBC가 불타오른 밤이 되자 마치 붉게 타오르는 지옥처럼 변합니다. 그는 대혼란 가운데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고 본인 또한 끔찍한 폭력에 희생당합니다. 한국말을 모르는 피터에게 나는 딸을 위해서 살아 나가야 한다고 혼잣말을 되뇌며 자기 암시하던 만섭은 광주 택시 기사 태술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듯이 광주를 빠져나오지만 이제는 라디오에서 들리는 노래 가사가 전혀 즐겁지 않고 무언가 모를 죄책감이 그를 괴롭힙니다. 그는 광주에서 도망치는 길에 식당 주인이 내어준 주먹밥을 보고 결심합니다. 갈림길 위에서 딸의 이름을 부르며 울면서 다시 광주로 핸들을 돌립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광주에서 처음 먹은 음식도 광주 시민이 내어 준 주먹밥이었습니다. 주먹밥은 허기를 채우는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주먹밥은 5.18광주 민주화 운동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는 방증입니다. 영화 초반에 만섭은 광주 대학생 재식에게 학생이 지금 내려간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다그쳤지만 이제는 그가 재식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소시민인 그가 광주로 내려간다고 도대체 뭐가 달라지겠냐마는 이 유턴 장면을 기점으로 만섭은 영화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이방인인 만섭이 광주에 들어가 직접 깨닫고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은 정서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딸에게 선물할 신발을 사들고 집으로 향하던 만섭은 광주로 돌아와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대학생 재식을 보곤 싸늘한 주검이 된 그의 발에 신발을 신겨줍니다. 택시를 자기 몸과 같이 아끼지만 광주 시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택시를 총알받이로 내어줍니다. 기자는 진실을 보도하고 평범했던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 딸을 안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시사하는 바
용감한 기자 한 명이 광주의 진실을 보도하기까지 재식과 태술을 비롯한 수많은 광주 시민들의 의로운 희생이 있었고 끝까지 약속을 지켜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 만섭과 마지막 순간 검문소에서 택시 트렁크에 넣어둔 ‘서울’ 택시 번호판을 보고도 군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해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낸 자가 있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비겁해지지 않으면 당장 목숨이 위험해지던 시대에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켰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완전히 진압당하고 관련자들이 감옥과 군대로 끌려가서 몇 년간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지역 청년들은 광주의 희생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주 비디오에 담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끌어내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되도록 만들기 위해 수많은 청년들의 희생 끝에 87년 6월 민주 항쟁을 일구어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를 이뤄내지 못해서 미완의 항쟁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선거는 졌을지라도 민주화의 바람이 부는 원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민들의 요구가 관철된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증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시행하게 됐고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로 모든 지역 간의 소통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헌법을 바탕으로 권력을 견제하는 헌법재판소를 도입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2017년 탄핵을 이끌어낸 밑거름이 돼 주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사건을 은폐하고 심지어 외부와의 연락까지 차단된 그때 그 상황에서 광주시민들이 느꼈을 고립감은 공포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도청 앞 광장으로 가는 행렬 속에 들어선 만섭의 택시에 탄 카메라를 든 외신기자를 보고 광주 시민들은 더 격하게 반겨주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이방인이 반가웠던 겁니다. 누구든 밖에서 낯선 사람이 와서 우리가 당하고 있는 일을 외부에 알려주길 바라는 광주 시민들의 간절한 심경이 잘 드러난 장면입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주는 상징적인 메시지는 시민 공동체가 서로를 도와주는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희망을 전합니다.